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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권

인식과 은폐
식량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당국은 관련 정보를 외부 세계와 자국 주민에게까지 숨겨왔다. 이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기아를 악화시켰다. 첫째, 북한 내의 기아 현실을 숨김으로써 북한은 주민들의 정보접근 권리를 짓밟았으며 초기에 북한 주민들이 나름대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였다. 사람들이 배급이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자기 집에서 굶어 죽어갔다는 증언이 상당히 있었다. 둘째, 정보를 숨긴 것은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국제 식량 원조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셋째, 자료를 은폐함으로써 국제사회가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 및 개발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에 따르면 국가는 적어도 굶어 죽는 것은 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적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국가는 사회권 규약을 위배하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혹은 어떤 것을 배제하는 것이 식량에 대한 권리 침해인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국가가 이 의무를 따르지 못하는 것과 따르려 하지 않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정말 자원이 부족해서 그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고 국가가 주장하려 한다면, 그 국가는 모든 것에 앞서 그런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스스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이유로 인해 이런 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국가는 a) 이 경우가 그에 해당되며, b) 국가가 필요한 국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고 그런 지원이 주어지는 데 어떠한 방해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은 1995년 지원을 호소하기 훨씬 이전부터 당국의 식량 상황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배급량을 줄이거나 “하루 두끼 먹기 운동”같은 운동을 당국 주도하에 하였다는 것은 북한 당국이 국제적 지원을 요청하기 보다는 적절한 식량에 대한 주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보를 선호했음을 보여준다.

전직 북한 고위 관료였던 황장엽 씨는 그의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1994년에도 북한 주민들이 굶주렸지만, 그로 인해 죽기까지 하였다는 소식은 없었다.” 사실 북한은 식량 부족에 대한 모든 추정들을 일체 부인해왔다. 1994년 북한 농업위원회 대변인은 서구 언론에 발표되는 식량 부족에 대한 보도를 “북한의 사회주의 이미지를 폄하하려는 사악한 사기극”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는 북한이 식량을 중요한 전략적 자원으로서 대량 비축해두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조사위원회에 증언한 전직 북한 관료에 의하면 평양의 고위 당국자들은 기근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각 도는 정기적으로 사람이 몇 명이나 굶어 죽었으며 집을 나간 사람들이 몇 명인지 보고해야 하였다. 그런 문건들은 비밀에 붙여졌다.
  • 워싱턴 공청회에서 앤드류 내치어스 씨는 학교 아동들의 신장과 체중을 측정하는 시스템 역시 국가가 좌우하고 있던 중요한 정보출처라고 말하였다. 북한 군대에 들어가는 18세 소년의 최단신장 기준을 낮춘 것은 이런 자료에 입각해서라고 말하였다.
조사위원회는 이런 인식이 분명히 최고지도자에게까지 전달되었을 것으로 본다. 전직 관료였던 북한이탈주민들은 도 차원에서 상세한 보고서를 평양으로 보냈다고 진술하였다. 김정일 또한 “군대 우선,” “현장 지도”차 여러 지역을 방문했었다. 그 과정에서 북한 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다. 
  • 런던 공청회에서 전직 인민군 장교였던 김주일 씨는 김정일이 자신의 부대를 시찰하러 와서 군인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였다.
“1996년 김정일이 강원도 철원군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직접 일개 대대를 시찰해서 군인들에게 주어지는 식사를 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김정일에게 죽 한 그릇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릇을 뒤집어 엎자 바닥에는 겨우 쌀이 세 톨 있었습니다.”
“김정일은 아주 화가 나서 대대장의 지위를 박탈하고 그를 영창으로 보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부대에서 주어지는 식량 사정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당국이 정보를 은폐하는 관행은 가장 취약한 계층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효율적인 맞춤형 국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조달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였다. 인권 조약기구들도 북한 당국에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지표를 반복해서 요청하였다. 북한 당국에서 나오는 데이터, 지표, 수치들은 대체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국제 기구가 발표하는 데이터는 주의 깊게 취급되어야 한다.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무작위적이며 자유로운 샘플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며, 그를 위해 북한 영토의 대부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주 통제된 상황에서, 북한 내에서도 제한된 지역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발표된 데이터는 북한 전체에 대한 개괄적인 추론에 불과하다.

[출처: 2014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통일연구원 국문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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