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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제

주민생활의 변화

북한 사회의 주민생활 변화는 자립적 생존방식 변화→ 문화행태 변화→ 정치의식 변화의 3단계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일탈을 동반하며 집단주의·수령제일주의에 입각한 주민 가치관을 개인주의·가족중심주의·배금주의로 바꾸어 가고 있다.
 
주민의 자립적 생존방식은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로 생산부문 80% 이상이 침체되고 국가공급이 단절되면서 생존 기로에 선 주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구축되기 시작하였다. 경제난 초기에는 소규모 장사, 소토지(화전) 농사, 밀수(강타기)에만 국한되었던 자립적 생존방식은 2000년대 들어 공설시장 운영에 힘입어 개인수공업, 고리대금업, 유통업 등의 다양한 유형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중급규모의 장사(운송수단을 활용), 임노동을 동원한 소토지 농사, 군인과의 협업을 통한 밀무역, 개인수공업자의 임노동 채용 등의 방식으로 승화되고 있다.
 
특히 사회지도층과 시장 상인과의 결탁은 사회통제를 이완시켜 사경제활동을 통한 주민들이 자립적 생존 촉매제로 작용한다. 현재 주민 80% 이상이 이러한 자립적 생존방식에 의존하여 경제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생산현장 이탈을 비롯한 사회적 일탈이 증가하고 있다.
 
2009년 말 화폐개혁 이후에는 빈부격차 양상이 수면 위로 등장하면서 대규모 금융자산을 축적한 시장 세력이 자생적 생존방식의 틀을 바꾸고 있다. 개인·가족의 범위를 벗어나 그룹별·분야별로 상업화되고 있으며, 개인수공업의 생산·판매가 분업화되고, 정보통신기기(휴대전화 등)를 활용한 기능화·구조화된 장사방식이 증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 소득 격차에 의한 불평등이 양극화로 구조화되고 있다.
 
북한의 생산근로자도 자립적 생존방식에 의존하여 경제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현장에 종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제난 이후 원자재·에너지 부족으로 공장·기업소가 가동되지 못하자 장사할 시간을 받는 대가로 매월 일**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직장생활을 대체하고 있다. 즉 생산근로자가 부업근로자(8.3근로자)화 되고 있다. 이들이 납부한 ‘8.3액’은 공장·기업소의 국가기업 이익금으로 국가에 납부된다.

자립 생존에 의한 경제생활 변화는 문화행태 변화와 정치의식 변화를 견인하는 기제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한 주민들 속에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외부사조 접촉을 통한 문화행태 변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 한국드라마와 한국노래, 미국영화 및 팝송을 선호하며 외부세계를 동경하는 문화의식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정보 접촉과정을 통해 북한체제의 단점을 인식하고 체제불신 및 지도자 불신을 표출하며 정치의식 변화 행태를 보이는 주민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경제난 이후 자립적 생존방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배급중단 등에 대한 경제생활 어려움을 단순 불평불만으로 표출하던 주민들이 체제작동이 잘못되었다는 깨달음을 자발적으로 체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유와 인권의 본질을 깨닫는 의식 변화, 체제불신 및 지도자 불신을 과감히 표출하는 정치의식 변화는 지역별·계층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민 정치의식 변화가 증폭되지 못하는 이유는 성숙된 의식화를 제어하는 잠재의식의 한계와 소통의 부재에 있다.
 
북한의 사회통제(사상이념적·정치조직적·경제사회적·법적 통제)에 의해 주민의 가치체계와 의식구조는 어려서부터 지도자와 체제에 맞게 변형되어 수동적으로 변화되었다. 그 결과 인간이 타고난 자율적 속성·항거 DNA가 약화되고 복종과 두려움·공포의식이 잠재의식 속에 내면화되었다. 주민 정치의식 변화의 한계는 바로 이러한 잠재의식이 제어기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괴된 자율적 속성이 회복되고 주민의 자발적 노력에 의한 성숙된 의식화가 현재보다 더욱 폭넓게 촉진되어야만 본질적인 정치의식 변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민 간 소통 부재의 한계가 극복되어야 한다. 북한 내 시장 확산을 통해 외부사조 접촉은 비공식적이지만 가능하게 되었다. 외부세계 동경의식 확산, 집단적인 체제이탈, 가족단위의 한국행 등의 사회적 일탈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북한체제의 잘못된 작동을 지인들과 소통하며 변화 의지를 공유하는 사회변화는 추구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체제가 강력한 사회통제기제인 공개처형 등을 통해 공포의식을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난 이후 주민들 의식속에는 개인주의·배금주의 가치관을 중시하는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주민변화는 주민의 자발적 노력, 외부사조 접촉 환경의 확산(시장), 기득권 계층의 부정부패 등에 의해 더욱 촉진될 것이다.
 

출처 : 통일부 통일교육원 '2017 북한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