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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北 인권유린 장소 맵' 만든 다국적 청년들

北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집단 매장지·총살 장소 등 표시… 제작 위해 탈북자 400여명 인터뷰

지난달 북한의 집단 범죄와 인권 유린 관련 시설 등이 표시된 '디지털 지도'가 나왔다. 요덕수용소 등 정치범 수용소와 집단 매장지, 총살 장소 등이 상세히 표시돼 있다. 북한 전역에 현재까지 확인된 처형 장소 330곳이 있고, 집단 매장지와 시신 화장터도 40곳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 내 반(反)인도 범죄와 관련한 정보를 담은 첫 지도로 국제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도를 만든 곳은 북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2014년 9월 출범 후 북한 내 반인도 범죄를 규명할 수 있는 정보와 증거를 수집해오고 있다. 이번 지도 제작을 위해 탈북자 40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구글 위성사진 등을 활용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소속 연구원과 자원봉사자들. 왼쪽부터 댄 빌레펠드 IT팀장·오세혁 선임연구원, 김효정·최송빈 객원연구원, 세라 손 연구팀장, 이영환 국장, 스콧 스티븐스 커뮤니케이션팀장, 임효원 객원연구원. /고운호 기자


지난 2일 찾은 서울 종로구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사무실은 소규모 국제기구 같았다. 상근 연구원 5명의 국적이 모두 다르다. 2002년 북한에서 건너온 오세혁(39)씨는 2년 동안 탈북자 37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IT 전문가인 미국인 댄 빌레펠드(42)씨는 이를 토대로 범죄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디지털 지도로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정치학을 전공한 영국인 세라 손(36) 박사는 이 자료들을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리는 건 수사학을 전공한 캐나다인 스콧(30)씨의 몫이다.

이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이영환(38) 국장은 15년 가까이 북한 인권 이슈에 매달려 왔다. 대학생 때 북한에서 겪은 참상을 담담하게 말하는 아홉 살짜리 탈북 여아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게 계기였다. 이 국장은 "정권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며 "정부의 후원을 받지 않는 시민 단체를 꾸려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수집한 자료가 언젠가 찾아올 '한반도 통일'이라는 전환기에 반인륜 범죄를 밝혀내고 단죄하는 데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라는 이름도 이런 뜻을 담아 붙였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미국 내 북한 인권 전문가들이 서울에 올 때 찾을 정도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권유린이 심각한 이란 등 중동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자문해온다. 전미민주주의기금(NED)은 이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인정해 2015년부터 매년 1억원 넘는 돈을 후원해오고 있다. 연구원들도 자신의 통장을 깨서 활동비에 보태고 있다. 이 국장은 "우리가 바라는 '전환기'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날까지 지금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4/2017080402912.html

김은중 기자